군소리
말 없는 손길
-마당-
2023. 8. 25. 13:36
아무래도 한걸음은 좀 멀겠지
당신에게 닿을 수 있는 체온의 거리
그래 반걸음쯤이 좋겠네
당신을 손대기 딱 좋은 맞은편에서
괜히 있지도 않은 어깨 위 먼지를
툭툭, 손이 닿는 듯 마는 듯 오라기를
집어 내는 듯 마는 듯 그렇게 해도 되고
아니하여도 되는 시늉을 일없이 하는 것은,
당신을 끝없이 믿는다는 손길이고
보이지 않는 데서도 한없이 사랑한다는 눈길이고
당신 어깨에 한결같이 얹고 싶은 맘 길이고
그리하여 당신의 호흡에 먼지처럼 스며들어
내내 당신 안에 깃들고 싶다는 일정신의 다짐이고
<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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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한 편을 읽다가
문득 떠올라 옮겨온 글입니다.
제가 읽은 그 글에서는
손길보다 얼추 눈길이었다고 짐작하지만
글 보는 안목이 시원찮아 어느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고지 열서너 장에 지나지 않은 글을
끝까지 읽는 데 이십여 분이 걸렸습니다.
오래전 세상을 뜬 어무이를 떠올리기도 하고
아흔이 넘도록 고울 사람이란 별명을 지어드렸던
어떤 사람도 떠올리고 하느라 말이지요.
근래 들어 여기저기서 마음에 드는 글을 읽을 기회가
종종 있어 기분이 썩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