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1 금초 아침에 일어나니 온 삭신이 우리하다. 께을바사서 몸을 통 꿈직이지 않다가 한몫에 일을 치니 그럴 수밖에. 어제는 조상님 머리를 '니부가리' '하이카리' 깎아 드린 날이었다. 묘소가 점점이 흩어져 있어, 벌초 때마다 세 편으로 조를 짜는데, 나는 해마다 개중 묘역이 넓은 곳으로 배정되어 뺑이를 친다. 낫질을 잘해서도 아니고 한래산 같이 마음이 넓어서도 아니다. 예전부터 우찌 줄을 서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손은 맵지 않아도 에북 바지런한 근성을 눈여겨본 큰행님이 끈티 동상을 그쪽으로 몰아넣은 것 같은 심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저짝 동네로 운제 갈지 모르지만 난중에 행님을 만나면 함 따져 볼 생각이다. 조부모 아래 팔 남매에 부모님 밑으로도 팔 남매로, 윗대는 최선을 다하셨는데 우리 항렬.. 2023.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