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꽃1 금목서 집을 구해 이사 왔을 때 은근히 기뻤던 것은, 화단에서 나를 맞아준 금목서 때문이었다. 올해도 금목서가 피었다. 애타하는 향기 중 목서 향은 나에게 으뜸이다. 지천명 이전에는 수수꽃다리였다. 철 지난 목서 향이 여전히 은은한 것은 나무의 향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가을 날 우연한 고갯짓에 마주한 조각 구름처럼 당신과 함께 목서 곁을 스쳐 지난 기억이 다시 피어나기 때문 또 다시 돌고 돌아올 목서 꽃 지는 계절에 물면에 들러붙은 안개처럼이든지 죽자고 틀고 앉은 서러운 집착이든지 당신이 남기고 간 내음이 훨훨 떠나지 못하고 발치에서 내나 그대로 물씬거리면 그 향기 가슴 터지도록 머금었다가 달그림자 서글픈 목서 밑자리라든지 하얀나무연이나 해오라기 꽃자리면 어떠랴 가을비 처마 끝 선혈로 어룽진 그 향기 제 자리에.. 2023. 10.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