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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충격 오늘 일이다. 혼자 엘베를 타고 1층에 도착했다.내가 내리기 전에 여학생 둘이 입구로 막 들어서던 참이었다.풋풋한 여고생이거나 키 큰 여중생 쯤으로 보였다.한쪽 구석에 있던 내 모습이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학생들이 멈칫하며 뒤로 물러섰다.그러면서, 한 학생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안냐세여?” 나지막하면서도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으잉? 평범한 엘베에서 나는 내리고 저들은 타려고 했던,아주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 전혀 평범하지 않은인사말을 들은 것이다. 예의범절을 제법 강조하던 쌍칠년도도 아니고예사롭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장소도 아닌엘리베이터에서 생뚱한 인사를 듣다니, 요즘 세상에 이런 신박한 케이스가 다 있나 싶었다.혹시 나를 아는 학생인가 했지만 아니었다.심하게 얼.. 2025. 4. 28.
2025 창원의 봄꽃_3 2025. 4. 5.
2025 창원의 봄꽃_2 2025. 4. 3.
2025 창원의 봄꽃_1 2025. 4. 2.
은방울 수선화 재작년 봄 태안반도에 갔었다.꽃 닮은 이들 여럿과 팔자도 편하게봄맞이 꽃놀이를 간 택이었다.   간 짐에 천리포 수목원을 들렀다.봄꽃들을 원없이 봤다.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은방울 수선화'였다.   이 사진에서, 튤립과 수선화보다 꽃송이가 작고올망졸망하게 핀 게 그놈이다.은방울꽃을 닮긴 했는데, 통꽃부리 끝마다연두색 포인트(이걸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가 달린 게첫사랑 지지배같이 여간 새칩지 않았다.   위 남녀 형상은 첫사랑 이미지와 비슷할랑강 몰라도저 모델이 첫사랑이라는 건 아니다. (누가 물어는 봤남?) 수목원 출구에 있는 실내 전시관에서묘목이나 씨앗을 구입하려 했는데  진작에 다 팔리고 없었다.당시 같이 간 사람 중에 나처럼 은방울 수선화에맴을 뺏긴 이가 있었다.그는 나보다 더 집요하여 집.. 2025. 3. 23.
올 두 번째 아침에 눈 떠 보니 눈이 내렸다.올 들어 두 번째다.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다."어요, 눈 축에 들지도 않은 저걸 눈이라 카마 하루살이도 새라 카겠네?" 그래도 명색 눈이다.아무리 그래 쌓아도 내 눈에는 눈이다.누가 뭐래도 눈은 눈인기라. 하모!    아래 영상은 창원 첫눈 풍경 2025. 2. 12.
꼰대 생각? 가끔 도서관을 이용한다.중늙쟁이 단둘이 지내는 집이라 절간이 따로 없지만굳이 도서관을 찾는 까닭이 있다.의지력 결여.그렇다. 나는 진득하지 못하고 끈기가 부족하다.책을 보거나 뭘 쓰면서 정리한다든지, 이런 것들은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련만 그게 잘 안 된다. 방에서 자리를 틀고 앉으면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궁디가 들썩거린다. 냉장고를 뒤지거니, 커피를 마시거니,차를 마시면 어디 물만 홀짝거릴 수 있남, 거기에 어불리는빵 조각이나 과자 부스러기라도 곁들여다 제맛이지.고방을 뒤져 즈그마이가 꿍쳐 놓은, 달달한 빠다코코넛비스킷이나에스프레소커피비스킷 같은 것들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한 삼십 분이 후딱 날아가버린다. 그 뿐이면 무신 걱정. 책 두어 페이지도 안 읽고는, 아님 리포트한 바닥도 채우지 않았는데도.. 2025. 2. 11.
반세기 전 추억 얼마 전 사진 고수 두 분과 마산 창동을 찾았다.  내 학창 시절 창동은 마산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가였다.세월이 흐르면서, 공단이 조성된 창원은 점차 융성해진 반면마산은 유동 인구가 차차로 줄면서 창동도 시나브로 퇴락해갔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문화 예술인들은,창동을 재건하여 예전 이름을 되살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려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문예 특성화 구역으로 만들고자 거리거리마다 벽화를 그리고,토속 문화와 관련한 업소를 배치하는 한편 시선을 끌 만한예술적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온갖 치장을 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함마창 삼인방?'이창동 골목골목을 누벼본 느낌은 매우 썰렁했다.한때 성업하던 가게들은 공실이 된 지 오래고건물 임대 딱지는 덕지덕지 .. 2025. 2. 1.
저만치 가 버린 풍경 아메리카 원주민이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르는,지난해 11월, 어느 가을 깊어 가는 날 이 설경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머~꼬, 저짜는 우리나라 아이가?" 카면서놀부 심통 같은 생각으로 저 사진을 봤습니다. 잠 털고 일어나, 나도 창 너머로 저런 경치를 볼 수 있으면울매나 좋겠노 카면서 마냥 부러운 눈으로 봤지요.그러면서 내가 삐대고 사는 집 밖은 어떨까 하고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집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설경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요.작년에 이사를 했습니다.‘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3월, 인디언이나 코리언이나계절 감각은 매일반일 거라서, 작년 봄에 우리 내외도몸과 마음이 동해 둥지를 옮겼습니다.그러니까 이 경치는 이사 후 맞는 첫 가을 풍경입니다.  하루 이틀 밖.. 2025.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