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엉가이도 오길래 모처럼 사진기 챙겨 주남지를 갔다.
주남지는 좀 갑갑하다 싶을 때 손쉽게 찾는 곳이지만
연꽃을 보러 나선 것은 오랜만이었다.
차에 앉아 바깥을 보는 시선에
우산 두 개 앞뒤로 걸어가는 풍경이 잡혔다.
보기만 해도 그냥 좋다.
맑은 날 산책도 좋지만, 우중 산책은
걷는 것들 중 별미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맞춘다고 용을 썼는데도 셔터 속도가 살짝 길었다.
꽃들이 비에 젖어 하나같이 후줄근하다.
축 처진 모습을 보는 생각이 간단하지 않다.


주연은 살짝 비껴 두어도 제 얼굴값은 한다.
외면 당하는 엑스트라에 꽂히는 눈길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떤 상황에서든 살면서 주연일 때가 더러 있었던가?
조연일 때가 언충 많았을 것이다.
주연은 이끌어야 하지만 조연은 거들면 된다.
이룬 건 없어도 마음은 편했던 것은 다 그럴 까닭이 있는 법이다.

이슬이든 빗물이든
방울진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
몽글몽글 맺힌 물방울에 렌즈를 꼬누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이다.
누가 뒤에서 보면(유심히 볼 사람도 없겠지만) 무슨 짓거리 하느라 저리
쪼그려앉아 움직거릴 생각도 않노, 할 것이다.
그것도 커다랗고 시꺼먼 장우산을 뒤집어쓰고 앉았으니,,,

한 갑자를 넘게 살고도 여전히 사는 게 서툴다.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데 욕심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한다.
발수 코팅한 자동차 유리처럼 연잎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내 소가지도 저런 코팅이 되어, 머금고 싶지 않은 것들은
저리 훌훌 털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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