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라 선언하기엔 왠지 좀 이르다고 느낄 즈음
어김없이 복수초는 핀다.
이 노란 꽃이 피기 전에 봄바람을 맞아 본 적은
내 평생에 한 번도 없을 것이다.

흔치 않은 피字 웹 성을 가진 누부님으로부터 기별을 듣고 복수초를 보러 갔다.
암남공원.
여러 차례 가 본 곳인데도, 꽃 피는 골짝을 찾지 못해 헤맸다.

마침 나보다 몇 더해 보이는 늙수그레한 등산객을 만났다.
정중하게 여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 근처에 노란 꽃이 피던데 혹시 어디쯤인지 아십니까?"
별 희한한 놈을 다 보겠다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꼬나보면서,
"노란 꽃은 무신 노란 꽃, 복수초지 복수초. 저게 많이 피어 있구먼."

그러니까, 행색을 보아 하니 꽃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 같은데
복수초란 이름도 몰라 노란 꽃이니 뭐니 운운하는 꼴이
몹시 같잖아 보이는 눈치였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내 입에서 노란 꽃이란 말이 튀어 나왔으니
달리 변명하거나 해명할 말이 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답례만 할 수밖에.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몇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홱 돌아서서 내게 큰소리로 말했다.
"거, 꽃 안 밟끄로 조심하소. 꽃 찍으러 댕기는 사람들이
꽃을 다 밟아 문태삐린다 아이요."
그러면서 혀를 끌끌 차며 휘적휘적 멀어져 갔다.

이럴 경우에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으면 제아무리 조심해도 용뺄 재주가 없다.
더구나 겨우 땅을 헤집고 얼굴을 내밀락 말락한 녀석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부지불식간에 밟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짜겠노.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그렇게 조심조심하면서 눈을 마주친 노~~~란 꽃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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