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면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2001년 시와 시학사]
일찌감치 갔거나, 지금 가거나, 나중에 가거나
거기서 거기
산다는 거, 별것 있는 줄 알았더니 뭐 짜다라...
더 살다 보면 어떨는지 몰라도
집착하지 말고 맘 편히 사는 게 장땡
근데 그게 어디 몰캉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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