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깥 글/Poem

공터의 마음 / 함민복

by -마당- 2023. 6. 9.

 

 

 

공터의 마음 / 함민복​

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
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 가고
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 가고
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 가고
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 가고​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던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당신에게 이름 일러주던 명아주, 개여뀌, 가막사리, 들풀이 푸르고
수목원, 도봉산이 간간이 마음에 단풍 들어
아직은 만선된 당신 그리움에 그래도 살 만하니​

세월아 지금 이 공터의 마음 헐지 말아다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그 공터가 각중 광활하게 커져버려 당신이 어느 귀퉁이에서

놀고 있는지 찾을 수 없는 게 문제라면 문제라서,

 

망초와 개망초는 무엇이 다르고 샤스타데이지와 마가렛 차이라든지

상수리. 갈참. 굴참. 떡갈. 신갈. 졸참 열매와 이파리는 또 우찌 다른지

쥐똥나무는 왜 쥐똥나무고 애기똥풀은 어찌하여 애기똥이 붙었고

애기똥풀 미나리아재비는 사촌 같이 보여도 사돈에 팔촌보다 멀다는

그렇지만 내 속에 살고 있는 당신과 나보다는 가깔울 수도 있다는...

 

도대체 어느 모롱이에 숨었는지 알기나따나 해야

조목조목 가르쳐 주든지 말든지 할 거 아인가베.

 

 

 

 

 

 

'바깥 글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세기 만에 걸려온 전화 / 임보  (6) 2023.06.25
한평생 / 반칠환  (5) 2023.06.13
만족 / 반칠환  (2) 2023.03.31
졸장부 / 임보  (13) 2023.03.05
오누이 / 김사인  (7) 202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