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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tory

또 철 지난 이바구

by -마당- 2024. 12. 8.

아래 사진들은 지난 시월 말에 찍은 것들이다.

믿거나 말거나 1979년 10월 어느 날, 어떤 술판에서

어떤 시비가 벌어져 시비륙이 터졌다는데, 이날도

해만 달랐지 같은 날이었다. 쫌 할배 개근강?

 

이날은 고수 사진가 한 분을 만나, 촬영 기법이라든지

이런저런 도구 사용 등 계랄 노른자 같은 지식을 배우는

날이기도 했는데, 시월 어느 날이었음에도 불구허고

이미 두어 달 철 지난 8월 님을 만났던 것이었다.

 

팔월 님은 지난 2월 난생처음 만났는데 그러고 보니

이 친구(연식은 차이가 나도 나보다 생각이 깊은 양반이라

내 맘대로 친구 묵기로 했음)를 만난 지가 그단새

팔 개월 하고도 한두 달이 지났다.

 

메모장을 뒤져 보니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꽤 여러 번 만났다.

만날 때마다 이 친구는 내게 뭔가를 자꾸 건넨다.

이날은 무려 서너 가지 선물을 챙겨왔다. 그중에는 정말

가지고 싶었던 물건도 있었다. ND 필터.

어둡기 별로 네 종류에다 바림 필터까지 낑가서 세트로

안겨줬다. 꽤 비싸고 쓸 만한 필터인데 죽자꼬 돈은

안 받을라 쿤다. 그러면야 나야 땡큐에다 노난 거지.

 

(ND 필터 테스트, 5초 개방)

 

(ND 필터 테스트, 25초 개방)

 

테스트를 하기에 피사체의 여건이 좀 아쉬운 장소이긴 했지만,

고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해서 선물 받은 날 바로 찍어 봤다.

근데 5초나 25초나 내 눈에는 와 그기 그거 같노.

그러고 25초짜리는 바디가 후지고 오래 돼서 그런강

맞은 편 섬 숲에 색수차가 생긴 것 같다. 아, 이제 카메라 본체를

바꿀 때가 됐는강. 바꿀 때가 됐는강... 자꾸 리마인드를 시켜야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걸 어디서 들었던 것 같다.

아니지, 지름신 운운할 게 아니라 실력이 딸리면 장비라도

좋아야 된다 안 카던가베.

 

 

여긴 마산 광암해수욕장 근처인데, 담에 괜찮은 곳에서

그럴 듯한 장 노출 사진을 함 베껴 보리라 다짐해 본다..... 만,

8월 님이나 동네그래픽 님의 장 노출 사진 반에 반에 반쯤의

사진만 건져도 나는 만족할 것 같다. 거짓말 항 개도 안 보태고.

 

 

창원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주기만 하면

렌즈 안으로 새가 걸려든다. 새가 안 걸리면

개도 걸리고 괭이도 지천이다.

좋은 일인지 어쩐지 모르겠으나, 온 천지 새 칠갑이고

강생이 천국이다. 환경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한몫한 결과일 것이다.

 

단지 여의도에서 알짱거리는 사람 같잖은 생명체들이

개만도 못한 짓거리를 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난 오랜 세월 밥벌이로 보수를 한 이력이 있지만

정치 성향은 보수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어느 한쪽으로

쎄리 함몰되어 있지도 않다. 그저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이놈 저놈이고 간에 잘하는 것은 잘한다 카고, 몬 하는 것은

몬 한다고 상욕을 퍼붓는 편이다... 만, 어느 쪽인가 구태여

묻는 이가 있다면,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간구하는 부류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고수를 대동하고 사진 수업을 받던 중 유독

시선을 끄는 피사체가 있었다. 바로 저분이다.

저곳에서 사진 놀음하느라 한 시간여 얼쩡거렸을 텐데,

그동안 내내 저분은 저 자리에서 옴짝도 않고 앉아서,

바다를 보고, 물 위에 떠 노는 새를 보고, 주변 풍경을

조망하고 있었다. 책도 지니지 않았고 그 흔한 폰질도

하지 않았고, 똥폼 잡고(8월 님은 빼고) 사진 찍는

우리에게도 관심이라고는 일도 없었다.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저 편안한 자세를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고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수면 위로 새 날아가는 풍경보다 조금도 못하지 않았다.

 

사색을 즐기는 건지 고독을 씹어 드시는지 알 수 없으나

저렇게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조금도

무가치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즈그마이가 날이면 날수금 저런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난 일말의 태클도 걸지 않으리라 미리 다짐해 본다.

사람이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살아야지 않겠나.

아무 생각이 없으니 각중 쓸데없는 선포나 하여 내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대화가 어려워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얘 둘은 커플이 틀림없어 보였다.

 

 

얘 둘 사진만 여나믄 컷 넘게 찍었는데,

둘이서 찧고 까불고 노는 게 가관이었다.

 

 

둘이 찰떡같이 들러붙어 놀았다.

다른 새에게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둘이 한 방향으로 유영하는 풍경, 오죽 보기 좋은가.

저날은 사진을 가르친 8월 님 말고도,

바람 맞기 좋아하는 나를 가르친 선생이 또 있었던 셈이다.

 

 

 

 

 

 

 

 

왠지 자신감이 뿜뿜 돋는 폼 아닌가.

전문가 찍자세는 어디가 달라도 달라 보인다.

몸에 수평대를 꼬나 찬 것처럼 똑바른 직립에,

바람 한 점 스밀 틈 없이 겨드랑이에 밀착한 왼팔.

나는 언제쯤이나 저런 자세가 나올거나.

아마 내 평생 텄지 싶다.

 

 

내용물을 딱 보면 컵의 임자가 누구일지 알 것이다.

만약 짐작이 안 되신다면, 아이쿠야, 꼭 저 맹키로

생각 썰미가 짜쳐서 여즉 살아오신다꼬 욕 좀

보셨겠습니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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