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그마이와 티각태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보험입니다.
즈그마이는 걱정이 좀 많습니다. 하지만 걱정이라면 저도 그리 꿀리지 않습니다.
하나가 필요하면 한 개 반 정도는 준비해야 마음이 놓이고, 십 원이 필요하면
십오 원 정도는 마련해 둬야 초조하지 않습니다.
약속 시간도 항상 여유 있게 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술도 너댓 병 넘게 쟁여 놔야
마음이 푸짐해 집니다.
하지만 여유 있게 채비하려 해도 잘 안 되는 것도 있습디다.
가령 외딸고 고적한 데다 집을 하나 더 구해 놓는다든지, 배우자 아닌 여자 사람
한 둘이 더 여유 있게 젙에 둔다든지 하는 그런 건, 왠지 잘 안 됩디다.
(돌 날아오는 소리...ㅎ)
하여튼 즈그마이가 보험에 기대려는 심리는 좀 과합니다.
실비보험은 물론, 암보험, 치아보험, 화재보험, 폰 뽀사지거나 잃어버렸을 때
보상 받는 보험 또 머시기머시기 보험... 하면서 어지간한 보험은 다 들었을 겁니다.
이제 큰아이와 작은눔 몫으로, 갖난애일 때부터 들어가던 것들은 눔들에게 얼추
넘겼으니 그나마 가짓수가 좀 줄긴 했을 겁니다.
어쩌면 온갖 보험을 다 들었다는 건 나의 뇌피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라꼬 보험을 이래 많이 넣었소?' 하고 물어본 즉 돌아온 대답은,
"흐이구 참, 보험 많이 든 사람 귀경도 몬 했는 갑네." 였습니다.
남들 다 드는 것만 들었지 쓰잘데 없는 건 들지 않았다는 주장이십니다.
보험설계사와 심심찮게 통화하는 것도 모자라, 대문 돌가루가 닳도록
들락거리는 걸 보면, 그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빚 내는 것도 아니고, 경마나 주식으로 꼴아박는 것도 아니고,
또 살림살이에 이러지 저러니 참견하는 것도 경우가 아닐 거라서
그냥 잠자코 있을 수밖에요.
의외인 것은, 여러 보험 다 들고도 정작 필요할 것 같은 상품은
들지 않았다는 접입니다. 일테면 생명 보험 같은 것 말이지요.
밤새 안녕이란 말이 있듯 사람 일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즈그마이는, 살아있을 때의 적절한 방편만 강구하면 되지 사후의
것까지 뭐하러 신경 쓰겠노, 하는 입장인가 봅니다.
헌데 재밌는 사실은, 나와 즈그마이의 보험수익자 자격에 다소간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 쪽이 우야다가 잘못되는 일이 생겼을 때는,
생명보험처럼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배우자 여생에 입에 풀칠할 정도의
위로금은 받게 돼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그 반대 경우에는 내 앞으로 단돈 한 푼도 나올 게 없다더군요.
실로 애절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 대답이 핑비 총알보다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누 좋은 일 시킬라꼬"
그렇지만 나는 하나도 섭섭할 게 없습니다. 왜냐면 나는 즈그마이보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더 살아야 할 명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즈그마이는 소화 기능이 신통찮아 소화보조제를 달고 삽니다. 약국에서
활명수를 구입할 때 왕왕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거 소매로 팔려고 그랍니까?"
한두 병이 아니라 양손에 가득 들 만큼 박스떼기로 여러 개를 사니까 약사가
의아해서 묻는 말입니다.
문제는, 즈그마이는 악력이 약해 활명수 뚜껑을 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마실 때마다 내가 그걸 깨라 줘야 합니다. 그러니 나는 아내보다
쪼매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거나 폼 나는 핑곗거리는 못되지만 어쨌든 나는 즈그마이보다
더 살아야 하는 숙명을 띠고 있다는 얘깁니다.
여기에서 누가, '고무장갑 끼고 돌리면 잘 열릴 텐디요?' 쿠면서 눈치없이
어기대는 분이 있으면 가차없이 강퇴 조치할 것이니 그런 줄 아이소.
(티블에 강퇴 시킬 방법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네.ㅎ
....................................................
지금까지 한 얘기는 그냥 한번 웃자고 한 얘깁니다. 그래서 이왕 입 연 김에 잡설 하나
더 보태겠습니다.
얼마 전 이곳 지면을 통해, 세계만방에 엔 이바구가 있었습니다. '과거 운'에 관한
얘기였지요.
며칠 전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님이 말씀하신 '과개 운'이
오지게 들어맞았습니다. 망쳤다고 여겼는데 희한하게 합격 통지가 왔습니다.
정말 신묘할 일입니다. 붙었다는 게 신기한 게 아니라, 이번에도 과거 운이
통했다는 것이 말도 몬하게 웃기고 신기방기합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나는 은근히 심통이 불거집니다.
왜 우리 부모님은 '과개 운'만 들먹이고 하고많은 다른 재수는 일러주지
않았는가 하는 불만입니다. 거 왜 있잖습니까. '당첨 운' 같은 거 말이지요.
"얘야, 마당아. 너는 과개 운도 있고 당첨 운도 좋다 카더라." 하고 말해
주셨으면 오죽 좋습니까? 그러면 이런저런 경품도 타고, 아파트 당첨도 되고,
주택복권이나 로또 복권도 장난삼아 당첨되지 않았겠느냔 말이지요.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궁디 못박아 가면서 시험 공부 않고도 띵가띵가 배 두드려가매
신선처럼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대궐 같은 아방궁에 음주가무에 주지육림에... 에휴,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하네요.
시험 학격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알아주는 어마무시한 라이선스면 자랑질이 될까 봐 입을 봉하겠습니다만,
별것도 아닌 것이라서 또 몇 마디 더 이어봅니다.
이번에 취득한 것은 법적 선임을 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인프라 계통의 자격증입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고, 지금 밥벌이 하고 있는 일이 질린다든지 아니면 잘리거나
하면 아쉬운 대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보수를 받거나 할 그런 쯩은 아닙니다. 살림살이에 차나 포 역할은
못 할 것이고, 단지 위험하지 않고 비교적 손쉬운 일을 하면서 서나꼽재이 벌이는 되는
그런...
그래서 친구들캉 술 한잔 걸치고 나올 때 어물쩍거리며, 죄 없는 신발 끄나꾸만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겠지요. 더군다나 갬치 비었다고 아내에게 멋쩍게
손내밀지 않아도 될 것이니 이런 점은 울매나 다행하고 매력적인 일입니까.
어쨌든 별 신퉁찮은 에피소드를 만천하에 또 떠벌이는 꼴이고 보니 좀 머쓱하긴 합니다.
늘그막 보험도 하나 더 들어 놓았겠다, 이제 좀 색다르고 상콤한 기대를 가져 보려 합니다.
혹시 압니까.
지금까지는 매사 꽝이었지만, 제 팔자에 '늘그막 당첨 운'이 비밀스럽게 따로 장치돼
있었을지... 그리고 그걸 부모님이 깜빡 이자뿌고 언급하지 않으셨을지 우예 압니까.
그러니 길 가다 복권 판매점이라도 눈에 띄면, 뒤통수 벅벅 긁으면서 실그머니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느닷없이 오프라인 벙개 공지가 뜨면, 너나없이
약국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창원에 오시면 활명수쯤은 얼마든지 깨라 드릴 수
있습니다. 그라고 이런 뒷담화를 수군거려도 암시랑토 않겠습니다.
"으이쿠! 이 양반, 접때 뭐라꼬 씨불씨불 떠들어 쌓더마는 진짜로 대박 터졌나 보네.
배 아푸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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