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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tory

그곳에 간 까닭은

by -마당- 2023. 12. 18.

 

 

부러 그곳에 간 까닭은

남 따라 마디미장*에 가듯, 별생각 없이

그곳을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정북토성이었고

장난기가 발동해

누군가 먼저 담은 프레임을 따라해 보았다.

 

 

 

그곳에는, '공중에 떠 있는 널'이라 이름 붙인 날것.

속도와 양력의 원리를 수박 껍데기만큼 이해는 하지만

저 무거운 쇳덩어리가 왜 곤두박질치지 않지, 하고

볼 때마다 신기한 물체가 쉴 틈 없이 날았고

 

 

 

토성 안에는 걷기 좋은 길이

보기 좋게 누워 있었다.

 

 

 

미끄러지듯 강둑을 굴러가는 자전거를 보며

실개천이긴 하지만, '미호강'을 거명하면, 듣자마자

청신경經이 찌릿할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났고,

그 먼 데를 간 김에,

언제 그 먼 데를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어

오 리쯤 떨어진

근처의 다른 곳에도 잠시 들렀다.

 

 

 

 

 

내가 알게 된 사람이 나를 흔드는

무엇이 있다고 여겨질 즈음, 나는

그의 태생이 궁금해지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그 답답증을 풀기 위해

싸돌아다닌 데가 에북 많다.

함안 산정, 진북 지산, 하북 샛담과 지산,

남지 방앗간도 갔고, 창녕 고암, 칠곡 산남,

상주 모동, 통영 큰개길도 갔었다.

여기저기

심지어

금일도도 가 봤고

보길도 옆 노화도도 갔었고

대구 신암동은 골목골목 한나절 훑고 다녔다.

가야 하는데, 가 보고 싶은데

아직 못간 데도 있지만,

 

그들이 자란

그곳의 동네와 산과 들, 강과

바다와 하늘을 둘러 보면서

그가 지니고 있는 남다른 사람됨이

어떻게 빚어졌는지

내 마음대로 유추해보는 것이다.

 

꼭 유명인의 생가라야

들러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일면식도 없는 그들보다

나와 더 많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

주변인의 연고지를 더듬어 보는 것이

나에게 훨씬 더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들 중

지 고향 동네가 까발려진 한 친구눔은

이러는 나의 행각을 보고, 한숨을 길게 뱉으며

거두절미, "미친놈"이라 했다.

 

나는 과연 미친 인간일까.

 

 

 

* 마디미장

우리 지역에 오래전부터 있어 온 오일장. 상남장이란 이름이 있어도 마디미장이라 해야 더 오일장 같은 분위기가 물씬 우러나기 때문에 토박이들은 굳이 마디미장이라 불렀고 지금도 그리 부른다. 그리고 4일과 9일, 동네밖을 벗어나는 사람이 보이면 일단 '마디미장에 가나?'라고 묻는 것도 특징이었다.

남이 장에 간다하니 거름지고 나선다 란 속담이 있지만, 누군가 마디미장에 가는 것을 보면 별 볼일도 없으면서 무단히 그사람을 따라 나서 장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오는 것도 흥미로운 관행이었다. '남 따라 마디미 장에 가다.' 라는 우리 지방 속담은 그렇게 유행되었다.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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