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남해 가다가, 전날 밤 떴던 보름달이
울매나 밝던지, 벽화산이지 싶은 능선 위로
지는 달 보고, 즈그마이캉 한목소리로 달이 밝네,
달이 참 밝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구봉산이지 싶은 산주름 위로
이우는 해가 어찌 붉던지, 즈그마이캉 또
해가 참 붉게도 지네, 일몰이 참 좋네 하다가,
하는 수 없이 남해대교 들머리에 차를 대고 폰으로
몇 장 담았는데.
웃기는 게,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불모산과 용제봉
사이쯤에서 어제보다 하루 지난 달이 뜨는 걸 보고는
또 즈그마이캉, 어요 오늘 달도 참 둥글게 뜨네, 우짜모
저리 둥그노 하면서 집에 왔는데.
그러니까 하루에, 지는 달 뜨는 해, 지는 해
또 뜨는 달을 모지리 보았다는 말인데,
보얗게 까부라지는 달과 벌겋게 스러지는 해를 보며
나나 즈그마이나 지줌 지대로 생각 한 두 개
얹기도 했을 낀데.
맨날 뜨는 달 지는 해가 내나 그게 그거란 걸 알지만
맨날 보는 달 보는 해는 희한하게 볼 때마다 달리 보인다는 것.
우주는 변함없이 돌고 도는데 얄팍한 사람 마음은
볼 때마다 제멋대로 의미를 붙여 촐랑거린다는 것.
그나저나 저날도 용문사 쪽으로는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그저 마음만 기웃거리고 말았다는 얘긴데...
'Photo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그막 보험 (25) | 2024.03.09 |
---|---|
요술 렌즈 (18) | 2024.02.24 |
그곳에 간 까닭은 (18) | 2023.12.18 |
굴(窟) (32) | 2023.10.31 |
봉과 호구와 기쁨조 사이 (13) | 2023.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