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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tory

창밖에 매달린 헌신

by -마당- 2023. 4. 11.

 

 

 

창밖에 매달린 헌신

 

 

빙벽의 자일은 명줄이고
창밖에 달린 줄은 밥줄이다
시뻐하지 마라, 밥줄이나 명줄이나

성스럽긴 매일반이다

늘어뜨린 줄에 대롱대롱
일용할 양식이 매달려 있고
유리창 어깻죽지에 기대어
가까스로 잣는 강소주 한 모금

저럴 때 밥줄은
핏줄을 꼬아서 만든 줄

그래서 저 위태한 줄은
부둥켜안아야 할 생들
한 울타리로 동여매는 질긴 끈

그 끈에 매달린
시계 불알 같은 간난한 몸짓
그 밥줄에 감긴
시계 태엽 같은 거룩한 몸짓

 

........................................................................

 

위 사진은, 작가님인 데다 사진마저 잘 찍는 분에게 2014년,

허락을 받고 빌린 사진입니다.

저 사진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고 많은 반성도 했지요.

 

산다는 게 그렇지요.

내 한 입 건사하는 거야 그리 어려울 게 없지만

가족이란 울타리를 놓고 보면 녹록하지가 않다는 거.

 

그런 삶을 우리는 당연히 그러한 듯 살고 있지요.

그래서 어쩌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낱낱이 들추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 살던 중 엊그제 밥벌이 하러 다니다

아래 풍경을 만났습니다.

빌린 사진에서만 보다가 까마득한 허공을 올려본

실 풍경을 맞닥뜨렸을 때 제 심상은, 한 마디로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운이나 복이란 것이 진짜 있다면

나는 운도 복도 많은 놈이구나 싶어 그자리에서

눈물보다 진한 복받침을 다독이느라 에북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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