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매달린 헌신
빙벽의 자일은 명줄이고
창밖에 달린 줄은 밥줄이다
시뻐하지 마라, 밥줄이나 명줄이나
성스럽긴 매일반이다
늘어뜨린 줄에 대롱대롱
일용할 양식이 매달려 있고
유리창 어깻죽지에 기대어
가까스로 잣는 강소주 한 모금
저럴 때 밥줄은
핏줄을 꼬아서 만든 줄
그래서 저 위태한 줄은
부둥켜안아야 할 생들
한 울타리로 동여매는 질긴 끈
그 끈에 매달린
시계 불알 같은 간난한 몸짓
그 밥줄에 감긴
시계 태엽 같은 거룩한 몸짓
........................................................................
위 사진은, 작가님인 데다 사진마저 잘 찍는 분에게 2014년,
허락을 받고 빌린 사진입니다.
저 사진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고 많은 반성도 했지요.
산다는 게 그렇지요.
내 한 입 건사하는 거야 그리 어려울 게 없지만
가족이란 울타리를 놓고 보면 녹록하지가 않다는 거.
그런 삶을 우리는 당연히 그러한 듯 살고 있지요.
그래서 어쩌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낱낱이 들추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 살던 중 엊그제 밥벌이 하러 다니다
아래 풍경을 만났습니다.
빌린 사진에서만 보다가 까마득한 허공을 올려본
실 풍경을 맞닥뜨렸을 때 제 심상은, 한 마디로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운이나 복이란 것이 진짜 있다면
나는 운도 복도 많은 놈이구나 싶어 그자리에서
눈물보다 진한 복받침을 다독이느라 에북 머물렀습니다.
'Photo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움을 만났을 때 (2) | 2023.06.05 |
---|---|
여백 (4) | 2023.05.09 |
知友 本空 (2) | 2023.04.04 |
소나무 이발하기 (5) | 2023.03.05 |
잘하면 보낼 수 있었는데 (8) | 2023.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