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리는 참 묘하다.
분명히 손해 본 장사가 맞는데 어쩐지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 신호 위반으로
거금을 국가에 헌납한 적이 있었다.
아니다. 헌납이 아니라 법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과태료를 납부한 것이었다. 그때 금액에 비하면
1/3밖에 안 되고 보니 괜히 기분이 좋다. 웃긴다.
되도록 신호를 잘 지키고, 과속하지 않으려는데도
생각처럼 잘 안 된다.
늙어서 그럴까. 그것도 아니지. 늙으면 더 느긋하게
다녀야 하는데, 발끝에 아직 힘이 남아도니 그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면허증을 반납하자니, 벌어먹고
살아야 할 세월이 아직 많이 남아서, 우예야 좋을지
모르겠다.
과태료 낼 돈 장만하그로, 다리모시*라도 하나 더 들까,
우짜꼬 싶다.
*다리모시
어릴 때, 어른들이 낙찰계를 할 때 ‘다리모시’든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사전을 뒤져보니 ‘타노모시(たのもし: 계(契))라고 나온다.
암튼, 계를 들어 그것으로 회비도 내고, 수학여행도 가고, 결혼
예물도 장만하고 그랬지 싶다.
매우 중요한 사실은, 딴 나라 출타한 즈그마이께오서 딱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들켰으면 아마, 이 과태료의 열 배가 넘고도 남을 정도의 심적 고통을 당해야 했을 것이다.
우야든둥 한푼이라도 더 벌어, 즈그마이 물 건너 여행에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