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해 이사 왔을 때
은근히 기뻤던 것은, 화단에서
나를 맞아준 금목서 때문이었다.
올해도 금목서가 피었다.
애타하는 향기 중 목서 향은
나에게 으뜸이다.
지천명 이전에는
수수꽃다리였다.
철 지난 목서 향이 여전히 은은한 것은
나무의 향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가을 날
우연한 고갯짓에 마주한 조각 구름처럼
당신과 함께 목서 곁을 스쳐 지난 기억이
다시 피어나기 때문
또 다시 돌고 돌아올 목서 꽃 지는 계절에
물면에 들러붙은 안개처럼이든지
죽자고 틀고 앉은 서러운 집착이든지
당신이 남기고 간 내음이 훨훨 떠나지 못하고
발치에서 내나 그대로 물씬거리면
그 향기 가슴 터지도록 머금었다가
달그림자 서글픈 목서 밑자리라든지
하얀나무연이나 해오라기 꽃자리면 어떠랴
가을비 처마 끝 선혈로 어룽진 그 향기
제 자리에 스며 주고 영영 돌아오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