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잘 모르면 꽃을 주제로 한 웹사이트에 가입하여 이것저것 배우듯이,
차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나는, 같은 차종의 동호회 한 군데에 속해
정보를 주워듣는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차에 문제가 생기거나 손볼 데가 있으면,
메이커 지정 서비스센터나 소규모 단골 정비소를 이용할 것이다.
나도 그렇긴 하다. 하지만 과잉 정비의 낌새가 보이거나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소소한 정비는 DIY를 하기도 한다. 간략하게 줄여 말하면
자린고비 정신이 뇌에 들러붙어 있다는 뜻이다.
차 발통도 그렇다. 거죽의 마모가 심하면 유명 타이어점에 가서
원하는 규격으로 재까닥 바꾸면 될 일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 술값에
보태려고 아끼려고 이리저리 몸부림을 쳐댄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낮은 가격 순으로 줄을 세워 비교를 하고, 그래도 비싸다 싶으면
특별 할인을 하는 데는 없는지 눈을 부라리며 폭풍 검색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간밤 동호회 장터에 꿀매물이 나타났다. 심지어 타이어와 휠을
포함한 신동급 제품이었다. 안 그래도 휠 흠집이 많기도 하고 마모 한계선에
임박한 타이어를 결빙의 계절이 오기 전에 바꾸려고 했는데 옳다구나 싶었다.
타다다다다다- ♪보자마자 키보드 위에 춤을 추는 내 손가락은 포르쉐
바퀴보다 빠르게 달렸다.
댓글에 구입 의사를 밝히고 계좌 이체를 했다. 주구장창 카페에 매복을
하지 않고도 나는 꿀매물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이런 걸 두고 세인들은
득템이라고 하지. 짜릿하고 기뻤다.
간밤의 일이 꿈인지 생시였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동호회 카페에 들어가
장터 게시물을 다시 열람해 보았다. 그런데 게시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이거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게시물 하나가 떴다.
보아 하니, 타자에 관한 한 나도 어지간히 빠른 편인데, 나보다 더 빠른
페라리급 금손을 가진 분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번 건으로 사기당한 사람은,
나와 이분 말고도 더 있을 소지가 높다. 사기 당한 게 창피해서 '나도 당했소.'하고
자납하지 않은 회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나 모르고 보나 내가 좀 벅수 같은 구석이 없지 않지만, 간밤 일은
좀 황당했다. 매물을 게시한 회원은 2017년에 가입하여 꾸준히 카페 활동을 해온
선량한 회원이었다. 그래서 사기 칠 거라는 의심은 가분다리 똥꾸녕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어디 만만한 세상인가. 나 같고 저분 같이 맹한 사람은 시때
없이 코 베일 수 있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작금의 그 현실을 무심코 간과했던 것.
카페의 회원 정보가 해킹을 당해 사기꾼이 회원의 이름을 도용하여 허위 매물을
게시한 것이었다.
살면서 크게 사기 당한 일은 없었다. 단지 사소한 뒤통수를 맞은 적은 두어 번 있었다.
그런데 간밤에 그 귀한 뒤통수 전적이 1회 더해진 것이다. 허탈하고 씁쓸하다.
습관처럼 머리를 굴려본다. 사기 당한 금액을 두꺼비로 환산하면 도대체 몇 박스나 될까?
아까비~. 너무 아까바서, 간밤에 기분 좋다고 들이부은 쐬주가 다부 올라올라쿤다.
하는 수 없지. 손실을 메꾸려면 노가다 알바 이삼 일 더 뛰는 수밖에. 에잉~